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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연극 <국경시장> 연출가 신영은이 ‘기억’ 통해 전하는 위로와 힐링

연극 <라이어>, <자살하는 남자>로 실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신영은. 총연습 현장에서 만난 그녀는 빈틈없이 무대를 진두지휘했습니다. 배우의 미세한 몸짓은 물론, 빛의 희미한 흔들림까지 모두 짚어나갔죠.

그런 연출가가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을 만나 또 한 번의 ‘인생 작품’을 예고했습니다. 바로 성황리에 상영 중인 연극 <국경시장>이 그 주인공인데요. 사람의 기억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는 신영은 연출가를 만나보았습니다.

신영은 연출가

Q. 연극 <국경시장>이 드디어 막을 올려요. 그 소감은 어떠세요?
A. 2015년 작품을 완성했고, 2017년 극단 드란을 통해 첫 상연 했어요. 올해는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됐죠. 꿈꿔온 환경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더 큰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마냥 놀랍기만 했지만, 준비를 거듭할수록 심적 부담감이 커지더라고요. 그렇기에 매 순간 ‘더 잘 해내야지’ 다짐하며 원동력으로 삼았어요. 굉장히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기대가 남달라요.

국경시장 공연 장면

Q. 연출할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지 궁금합니다.
A. 책으로 읽은 <국경시장>은 단편 소설이라 호흡이 짧아요. 하지만 완독하면 아주 깊은 꿈을 꾼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깊이가 있죠. 저는 이런 환상성을 무대에 구현하고 싶었어요. 어떤 방식을 통해 보여주느냐가 큰 숙제였죠. 오랜 고심 끝에 내린 해답은 ‘오버헤드 프로젝터’(OHP) 였어요. 본 적 없는 색감과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거든요.

국경시장 세 주인공

Q. 무대를 새로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사실 공연 준비 당시의 일정 상황이 녹록지 않았어요. 출연 배우들 각각 참여 중인 작품이 있었거든요. 연극 이외의 다른 스케줄도 많았고요. 이런 가운데에도 다들 한목소리로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냐”며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냈죠. 장시간 연습이 어렵다 보니 장면을 짧게 나눠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 틈틈이 자주 만났고, 사이도 더 가까워졌죠.

또 주인공인 배우 임종완(남자 역), 박수진(로나 역), 권다솔(주코 역)은 함께 술 마시는 장면을 위해 따로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어요. 셋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인생 이야기도 나누고, 대본을 읽어 내려가면서 우정을 쌓았죠.

국경시장 한 장면

Q. 극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A. 주인공 남자, 로나, 주코가 메카데의 수상 방갈로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요. 특히 로나가 “가장 멋진 장소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곳”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좋아요. 어쩌면 우리의 ‘행복’은 로나가 말하는 ‘멋진 장소’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행복이라는 게 실체가 있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정의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결국은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Q. 관객이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느꼈으면 하나요?
A. “국경시장에 가면 어떤 기억을 팔래?” 준비 기간 틈틈이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어요. 그러면서 제 인생도 되돌아봤죠. 저는 특별히 유복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남들과 다른 행복을 누린 적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팔 수 있는 기억이 없더라고요. 좋든 나쁘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기억이니까요. 살아온 나날들을 회상해보며 ‘지금까지 잘 살아왔구나’ 하면서 큰 위로를 얻었어요. 관객 역시 공연을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삶에 대한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영은 연출가 연출 장면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통해 펼치고 싶은 꿈이 궁금해요.
A. <국경시장>의 원작이 소설인 덕분에 문학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그런데 요즘 현대인의 독서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더라고요. 이런 소식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까워요.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대 소설 작품을 기반으로 낭독을 준비 중입니다. 연극을 통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네!’ 하면서 원작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리가 관객과 책의 중간 매개체로서 심심치 않은 역할을 해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극 <국경시장>의 역사를 새로 써가는 연출가 신영은과의 대화였습니다. 그녀가 보여줄 연출력과 무대 메시지에 더욱 기대가 모이는데요. 공연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9월 27일을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나에게도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예매하기를 눌러주세요!

연극 <국경시장>
일시: ~9월 27일(목)
장소: CJ아지트 대학로